STAR in TECH BIO | Season 3
① 톱3 공개 |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ㆍ레이메드ㆍ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
②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③ 레이메드
④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
⑤ FINAL ROUND
⑥ 외전 | 다시 돌아보는 K-바이오 투자시장
스타인테크 바이오가 돌아왔다. 쩍쩍 갈라진 바이오 투심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물지게를 지고서 걸어와, 메마른 땅을 적시고 씨앗을 심는다. 함께 물을 긷는 이들은 씨앗 시절의 어려움을 딛고 꽃을 피운 '멘토'와 '선배'들이다. 그렇게 '사람이 전부'임에 뜻을 모은 더컴퍼니즈ㆍ디엘지ㆍ한국바이오협회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선을 그어주려 붓을 잡았다. 그 붓끝에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ㆍ레이메드ㆍ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가 내려앉았다. 스타인테크 바이오 시즌 3, 톱3(TOP3) 기업들을 여기 소개한다.
"제가 여기 왜 왔는지 아세요? 당신 보려고 왔어요. 박 대표님 토크(Talk) 들으러!"
3년 전, 부산의 한 학회장. 김용주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리가켐) 대표가 박찬선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이하 티씨노) 대표를 불러세우더니 불쑥 꺼낸 말이다. 대전에서 부산까지 먼 길을 온 이유가 티씨노의 ENPP1 저해제 연구 결과 하나를 듣기 위해서였다니. 존경하는 선배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알아봐 줬음에, 박 대표는 아이같이 기뻐했다 한다.
티씨노와 리가켐은 그렇게 만났다. 이내 ENPP1 저해제 공동 연구를 검토했고, 전략 방향의 차이로 인해 잠시 헤어졌다. 그러나 숨 죽은 화톳불에 바람이 일어 다시 타오르듯, 스타인테크 멘티-멘토로서 재회한 둘은 신약개발 이야기를 안주 삼아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ENPP1 저해제의 다음 주자, 티씨노의 신규 물질인 ULK1 저해제(ULK1 Inhibitor)에 대해서. 3년의 공백이 무색하게도 말이다.
둘은 서로를 '약쟁이'라고 불렀다.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조금만 더 하면 성공할 것 같은데! 쭉 뻗으면 닿을 듯한 혁신신약을 향해 애써 팔을 휘두르는 모습이, 약 없이 못 사는 약쟁이 같아서, 자나깨나 신약 생각만 하는 모습이 흡사 폐인의 그것과도 같아서, 두 대표는 서로에게서 서로를 봤다. '아직까지도 화합물의 구조식을 손수 그리는 게 너무나 즐겁다'는 둘의 이야기에 공감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조용히 들으며 옆을 지키던 기자의 뇌리에, 어쩌면 역사가 될지도 모를 한 장면이 사진처럼 찍혀 남았다. 잔을 기울이며 방긋방긋 웃던 박 대표와 김 대표가 돌연 진지해지던 한 장면이 말이다. '오직 신약만이 살 길'이라며 다시금 힘주어 이야기하는 김용주 대표를 보며, 박찬선 대표는 이내 자세를 고쳐앉고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오직 신약만이 살 길입니다."
티씨노는 리가켐과 이번 스타인테크를 통해 멘티∙멘토 관계를 맺었습니다. 협업 포인트가 어떻게 될까요?
"티씨노는 저분자화합물 기반 혁신항암제(면역∙표적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ENPP1 저해제와 ULK1 저해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유명한 바이오텍이지만, 경쟁력 있는 저분자화합물 파이프라인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김용주 리가켐 대표님이 저희 저분자화합물 개발 역량에 주목해 멘토 역할을 먼저 제안해주셨어요."
티씨노는 왜 ENPP1 저해제에 주목했나요?
"최근 종양미세환경(TME)에 면역세포가 침윤되지 않은 '콜드 튜머(Cold Tumor)'에서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이 낮고, 반대로 면역세포가 잘 침윤된 '핫 튜머(Hot tumor)'에서는 그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파트너로서 콜드 튜머를 핫 튜머로 바꿀 수 있는 '선천면역항암제'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티씨노는 선천면역계 관련 STING 경로에 관심을 갖게 돼 현재 ENPP1 저해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ENPP1 저해제 파이프라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리드 파이프라인은 ENPP1 저해제 'TXN10128'입니다. TXN10128은 동물에서 단독∙병용요법의 항암 효능을 확인되는 등 개념 검증(PoC) 데이터가 확보됐습니다. 또 전임상 연구에서 우수한 약물성과 안전성 또한 확인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고, 시험을 진행하면서 기술이전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와 접촉하고 있습니다."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의 치료제 개발 전략 / 출처=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 IR 자료
ENPP1 저해제의 임상 1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티씨노는 지난해 9월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TXN10128의 국내 임상 1상에서 첫 환자 투약을 개시했습니다. 이는 글로벌에서 두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ENPP1 저해제가 임상에 진입한 사례라는 점과 경쟁사와 차별화된 임상 전략으로 진행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 임상 책임연구자(PI)들의 관심과 열정에 힘입어 환자 모집이 원활하게 돼 임상시험 진행 속도가 빠릅니다."
임상 1상에 진입했다면 향후 구체적인 기술이전(L/O) 전략은 어떻게 되나요?
"누적 투자금 260억원을 확보한 티씨노는 현재 시리즈C 펀딩을 준비 중입니다. 나아가 ENPP1 저해제에 대한 글로벌 기술이전(L/O)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면역항암제인 만큼 기업들이 임상 1상 단계에서 PoC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PoC를 내년 중반에 확보해 글로벌 기술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회사는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과 미팅을 통해 기술이전을 위한 밑거름을 쌓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 사업개발(BD) 담당자들과 ENPP1 저해제 파이프라인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왔습니다. 특히 ENPP1 저해제가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만큼, 향후 1상에 대한 마일스톤(Milestone)이 달성되면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제약사 사업개발(BD) 담당자들도 ENPP1 저해제에 관심을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도물질 최적화 단계에 있는 ULK1 저해제도 티씨노의 핵심 자산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ULK1 저해제의 장점은 뭔가요?
"우선 ULK1(unc-51 like autophagy activating kinase 1)은 자가포식의 초기 단계를 조절하는 중요한 카이네이즈입니다. 자가포식은 세포 내 불필요한 물질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으로, 암세포는 자가포식을 이용해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습니다. ULK1 저해제를 사용하면 이러한 자가포식을 억제해 암세포의 생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또 ULK1 저해제는 정상 세포에 비해 암세포에서 더 활발하게 작용하는 자가포식을 억제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상 세포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데다 매우 안전하므로 다양한 병용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ULK1 저해제와 KRAS 신호경로 억제제의 병용요법은 G12C외 다른 KRAS 변이암에 효과가 있는 pan-KRAS 치료제로 가능성이 있습니다. 승인된 KRAS G12C 변이암 표적 치료제 '아다그라십(Adagrasib)'의 경우 KRAS 변이암 환자 중 15% 정도만 그 효과가 있으며, 임상시험에서 복용 환자의 30%가 다른 KRAS 변이가 생겨 내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ULK1 저해제는 자가포식 경로를 차단해 기존 KRAS 항암제와 병용할 경우 내성을 극복하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의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 / 출처=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 IR 자료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 분야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나요?
"ULK1 저해제는 현재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다양한 암 유형에 대해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내성이 생긴 암 환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항암제 시장은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ULK1 저해제가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대규모의 상업적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제약사들이 ULK1 저해제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티씨노의 ULK1 저해제 파이프라인을 설명해 주세요.
"선행 개발 물질인 데시페라 파마슈티컬스(Deciphera Pharmaceuticals)의 'DCC-3116'보다 우수한 약물을 확보하기 위해 선도물질 최적화를 진행 중이며, 현재 DCC-3116과 동등한 수준의 약물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연내 DCC-3116의 약점을 개선한 후보물질을 선정해 전임상 연구에 진입할 예정이고, 전임상 단계부터 국내외 제약사를 상대로 조기 기술이전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ULK1 저해제 분야에서 글로벌 피어그룹(Peer group)이 있나요?
"방금 언급한 데시페라 파마슈티컬스가 있습니다. 현재 데시페라의 DCC-3116은 임상 1/2상을 진행 중입니다. 티씨노는 글로벌에서 세번째로 ULK1 저해제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꿈꾸는 최종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티씨노의 혁신항암제를 신약으로 출시해 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기술특례상장을 거쳐 글로벌 바이오텍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도전 정신을 잃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MENTOR's COMMENT | 김용주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
"티씨노의 파이프라인은 전체가 항암제입니다. 상당수가 면역항암제 분야이기 때문에 우리가 찾는 다음 타깃을 발굴하는 데 함께 할 수 있을 부분이 많을 겁니다. 인력 구성이나 조합을 살펴보면, 저분자화합물은 물론 항체까지 다양한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리가켐과 겹치는 부분들이 많고,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미세종양환경(TME) 관련 타깃과 항체약물접합체(ADC)의 페이로드(Payload) 결합도 기대됩니다. 향후 공동연구는 기본이고, 더 나아가 기술이전도 추진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MENTOR's COMMENT | 이관순 지아이디파트너스 대표
"티씨노는 국내외 상위 제약사에서 신약 개발을 경험한 최고의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저분자 항암제 신약 개발 전문기업입니다. 디스커버리 관련 3종의 플랫폼 기술인 △TxBprofiler(BaF3 Library Profiling Platform) △TxLfinder(LIN: Lymphocyte Infiltration Platform) △TxTquantifier(TMED: Tumor MicroEnvironment in Dish Platform) 등을 활용해 신속히 우수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속도감 있는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리드 프로그램(Lead Program)으로는 STING을 활성화시키는 ENPP1 저해제 TXN10128이 임상 1상 단계에 있으며, RAS 경로(RAS Pathway)를 표적으로 하는 ULK1 저해제 등 다수 물질들이 선도물질 최적화(Lead Optimization) 단계에 있습니다.
특히 TXN10128의 경우 경쟁 약물들과 비슷하게 임상 1상 단계에 진입했고, 병용 전략이 경쟁 약물들은 면역항암제(IO)와 병용하는 반면 티씨노바이오의 TXN10128은 화학항암제(Chemotherapy)와 병용을 계획하고 있어 차별화된 결과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 ENPP1 저해제는 ADC 분야에서 페이로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어 추가적인 가치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남대열 기자 dynam@hitnews.co.kr
바이오헬스 산업 생태계를 이해하고 인사이트를 찾아내겠습니다.